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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mirot_o/223003325313

e북 리더기 10종 리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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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Marker: Chat Ecoutant La Musique (Cat Listening to Music)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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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그대가 만약 그라면
나는 지구의 속도로 걸어가겠어
시속 1674km의 걸음걸이에 신발은 자주 낡겠지만
지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건
사랑을 믿는
이 별의 아름다운 관습처럼 살고 싶어서였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단단한 국경선인 마음을 넘어
천 년 넘은 기둥처럼
그의 곁에 조용히 뒤꿈치를 내려놓는 일이야

​눈부신 밤하늘의 정거장들을 지나
지구라는 플랫폼으로 그가 오면
풀잎이 새에게
호수가 안개에게
바위가 바람에게 했던 긴 애무를
맨발로 해 주겠어
첫 꿈을 깬 그대에게 적막이 필요하다면
돌의 침묵을 녹여
꽃잎 위에 집 한 채를 지어주겠어
그것으로 나의 정처를 삼고
한 사람과 오래오래 살아본 뒤에도
이름을 훼손하지 않겠어
지구에서의 전생前生을 잊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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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 우연 / 이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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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거실의 테이블을 구하러 나감. 바놀레의 반신불수 노파를 방문함.

 어째서 나는 이 일기를 계속 쓰는 것일까? 기록할 일도 없으면서.

 내가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고독이 나를 낭패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모리스의 태도가 내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불안한 나머지 이 일기를 계속 써온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분명하게 드러나 그 불안도 가신 지금 나는 이 일기를 이제 그만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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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여자 / 시몬 드 보부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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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omecuisine.co.kr/hc10/75975

갈매기살로 돼지고기 고추장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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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향기(1997)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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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내가 말을 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정작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말과 말 사이에 흥겨움만 찾기에 바빴다

나는 가지 않아도 되는 파티엔 초대 받았다
초대 명단엔 내 이름이 틀리게 적혀 있었다

나는 자주적인 삶을 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두 번씩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 먹고 마시는 것이나
잠을 자고 움직이는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무기력감이나 공포심이 찾아올때면
나는 우는 대신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가 달렸다
나처럼 웃는 방법을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돈을 내고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털어 버리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요가 선생님도 맨 마지막엔 손과 발을 힘차게 털도록 시켰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생각만큼은 쉽게 털어버릴 수가 없었다

운동을 하고 차를 마셔도 잠은 오지 않았고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아 친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친구가 돌아와 이층에 올라가 잠을 청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제서야 나도
멍하니 있다가
슬슬
잠이 들었다
멍청히 있다가 친구가 돌아오면
슬슬
슬슬
잠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마늘을 까던 베란다에서
우리 아버지가 마늘을 까고 있네
할머니가 청소하던 냉장고를
우리 어머니가 청소하고 있네

엄마의 옷은 나에게 맞고
언니는 나와 점점 달라지고
동생은 뚱뚱해지고
술을 자주 먹는 것 같고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
어쩌면 아빠가 죽기 전에
우리는 한 번이라도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어느새 내가
묻지 않아도
그 대답을 알 수 있을만한 어른이 되어서

결국 내게 상처를 줬던
그 사건들은 사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는걸
아무런 의도가 없었다는걸
알게되면
그대로 우리는
그대로 우리는
얼굴을 보며
마냥 서글퍼져서
아무런 말도 나누지 않고
한 땐
어쩌면 제일 즐거웠던
한 시간 모든 그 시간 아님 먼 하루에
그 기억을 둘 중에 하나만 갖고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그저 웃으며 인사하겠지만
사실 나는 모두 기억하고 있단다

그 때에 빛나던 머리카락들과
빛나던 이빨들과
그 때에 빛나던 단어들과
그 때에 기억나던 손짓들과
그 때를 비추던 거울들과
그 때와 똑같은 습관

일어나자마자 나지막히 불러 보았던
몇 개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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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리야르는 이 소설이 우화로서 일관성을 가지려면, 그림자가 영혼의 알레고리여야 한다고 믿는 듯하다. 소외란 결국 영혼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일 샤미소가 그림자와 영혼을 굳이 구분하지 않았다면 그러한 해석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샤미소는 둘을 나눈다. 그에 따라 악마와의 거래도 두 차례로 나뉜다. 주인공은 첫번째 거래에서 손실을 입은 뒤에도 다음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프라하의 학생」의 경우에는 두번째 거래가 없고, 첫번째 거래의 논리적 귀결로서 냉혹한 죽음을 어쩔 수 없이 당하게 된다. 이 차이에서 알 수 있듯이 샤미소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도, 즉 개개의 행동에 있어서는 소외되었어도 혼을 구하는 것이 가능하였다"(강조는 원문). 하지만 개개의 행동에서 소외된 인간이 어떻게 혼을 구할 수 있겠는가? '개개의 행동에서 소외되었지만, 아직 혼을 잃지는 않았다'는 것은 소외된 인간 자신의 착각(또는 주관적이고 관념적인 "소외의 극복")이 아니겠는가? "소외를 관념적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는 좌절될 수밖에 없다. 소외의 극복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소외는 악마와의 거래 구조 그 자체, 상품 사회의 구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강조는 원문). 다시 말해 상품 사회에서 인간은 영혼 상실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보드리야르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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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ㅡ프롤로그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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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길을 세상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여 버려진 마음들이 켜놓은 세상의 등불은 아프고 대책없습니다 정든 병이 켜놓은 등불의 세상은 어둑어둑 대책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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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병 / 허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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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식스미스, 오늘 아침 입천장에 총을 쐈어. 내 짧고 찬란했던 삶의 유일한 연인이 있는걸 알잖아.
네가 나를 용서할 방법을 찾아내기를 빌어, 식스미스. 그렇게 떠나는게 아니었어. 상상하던 작별이 아니었어.
비비안 에어스는 위대한 음악가야. 그가 대작을 창조하게 돕도록 하는 거지.
식스미스, 네가 신음하고 머리를 가로저으며 동시에 미소짓고 있다는 걸 알아. 널 사랑하는 이유지.


 식스미스, 난 요즘 아침마다 스코틀랜드 기념탑에 올라. 그럼 모든게 선명해져. 네가 이 찬란함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걱정하지 마, 다 괜찮아. 모든게 너무나도 괜찮아. 이젠 알아. 잡음과 선율 사이의 경계선은 그저 관습이라는 걸. 모든 경계선은 관습이야. 깨트려지길 기다리는.
사람은 어떤 관습이든 초월할 수 있어. 맨 처음 어떻게 하는지만 깨닫는다면.
이럴 때는 내 심장이 뛰는 걸 느끼는 것처럼 생생하게 네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고, 헤어짐은 그저 환영일 뿐이라는 걸 알게 돼.
내 삶이 한계를 넘어 확장 되어 가.


 케임브릿지에서의 우리의 마지막 날 밤을 회상하게 하는 광기 속에서 악보를 완성했어. 마지막 일출을 보고, 마지막 담배를 즐겼어.
전망이 이리도 좋으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지. 그 낡아빠진 중절모를 보기 전까진.
솔직히 식스미스, 그 모자가 너를 좀 웃기게 보이게는 해도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용기가 나는만큼 오랫동안 너를 지켜봤어. 내가 너를 봤다는게 우연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우리를 기다리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믿어, 식스미스. 더 나은 세상. 거기서 너를 기다릴게.

죽은채로 가만히 있는 시간은 짧을거라 생각해. 우리가 처음으로 키스했던 코르시카 별들 밑으로 나를 찾으러 와.

영원히, 로버트 프로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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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에 오래 있다 왔다 거기서 목침을 베고 누운 남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우는 것 같았고 그저 숨을 쉬는 건지도 몰랐다

부엌에 나가 금방 무친 나물과 함께 상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방에 있자니 오래된 아내처럼 굴고 싶어진 것이다 일으켜 밥을 먹이고 상을 물리고 나란히 누워 각자 먼 곳으로 갔다가 같은 이부자리에서 깨어나는 일

비가 온다 여보

당신도 이제 늙을 텐데 아직도 이렇게나 등이 아름답네요

검고 습한 두 개의 겨드랑이

이건 당신의 뼈

그리고 이건 당신의 고환

기록할 것이 많았던 연필처럼
여기는 매끄럽고 뭉둑한 끝

어떻게 적을까요

이불 한 채
방 한 칸

갓 지은 창문에 김이 서리도록 사랑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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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 유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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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몸은 마치 쏟아져 내리는 햇살처럼

샌프란시스코 위로 열린다 땀구멍 하나하나 빛의 변화를

  외치는데

나는 그녀와 함께 있지 않다 나는 밤새 저 아픔에

잠들다 깨어났다 그저 부재뿐만은 아니고

다만 이곳에서 지금 살아가는 것에 파괴적인

과거의 존재뿐 그러나 내가 만약 나 자신을

가르칠 수 있고, 우리를 움켜쥐고 있는 고통으로부터

배우는 법을 우리가 배울 수 있다면 만약 정신, 육체 속에

  살아가는

정신이 그 손아귀에서 바스라져 버리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면 그것은 느슨해질 것이다. 고통은 내게서

떨어져 서서 내게 여전히 부는 어둔 숨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나

정신은 고통을 향해 말하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며

고통은 대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더 나이가 들었다

우리는 이전에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당신 눈앞에 있는 나의

  손이다

나의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지우는 내 모습

나는 분열의 고통 분열을 창조한 자

당신에게서 당신의 연인을 지운 자는

시간도 거리도 아닌 바로 나

이별이 나를 불러낸 것이 아니라 내가

이별이다 그러니 기억하라

나는 당신과 떨어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2

나는 내가 무의미하게 고통을 겪지 않으려고 그러나

  여전히

느끼려고 어떤 새로운 것을 택한다고 믿는다

아기는 어머니의 몸을 기억하고

그녀의 부재에서 그녀를 창조할까? 아니면 그저

태고의 외로움을 외칠 뿐일까? 강물 바닥은

방향을 일단 바꾸면 슬퍼하며 축축함을 기억할까?

그러나 우리는, 우리는 너무나 많이

이러한 과거의 배열 속에 살고 있다 나는 공유하지 않은

나의 과거로부터 그녀를 떼어 내기로 한다

나는 의미 없이 고통스러워하지 않기로 한다

태곳적 고통이 내 눈 속에 음산한 횃불을 비추며

그녀의 특별한 존재 그녀 사랑의 세부 내용을 지우며

나를 향해 걸어올 때 그것을 알아채려 한다

나는 이별의 신화로

그녀 혹은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맨해튼에 있는 그녀의 정신과 육체가

이 언덕 위에서 차갑게 타오르는 유칼립투스 향보다 더

  자주 나와 함께 하는 한



3

세상은 내게 내가 그 창조물이라고 말한다

나는 눈으로 그러모아져 손에 스쳐 지나간다

나는 은신처를 찾아 그녀 안으로 기어들어

그녀의 젖가슴과 어깨 사이 공간에 내 머리를 누이고

  싶다

여자들이 해 왔듯 사랑에 대한 힘을

부정하며 또는 남자처럼 그녀 사랑의

힘에서 숨으며

나는 이렇게 주어지는 것들 사랑과 행동 사이

분열을 거부한다 나는 의미 없이

고통을 겪지 않기로 그녀를 이용하지 않기로 한다

나는 이번만은 내 모든 지성을 다하여

사랑하기로 한다

(1974)









1

My body opens over San Francisco like the daylight

raining down each pore crying the change of light

I am not with her I have been waking off and on

all night to that pain not simply absence but

the presence of the past destructive

to living here and now Yet if I could instruct

myself, if we could learn to learn from pain

even as it grasps us if the mind, the mind that lices

in this body could refuse to let itself be crushed

in that grasp it would loosen Pain would have to stand

off from me and listen its dark breath still on me

but the mind could begin to speak to pain

and pain would have to answer:



We are older now

we have met before these are my hands before your eyes

my figure blotting out all that is not mine

I am the pain of division creator of divisions

it is I who blot your lover from you

and not the time-zones nor the miles

It is not separation calls me forth but I

who am separation And remember

I have no existence apart from you



2

I believe I am choosing something new

not to suffer uselessly yet still to feel

Does the infant memorize the body of the mother

and create her in absence? or simply cry

primordial loneliness? does the bed of the stream

once diverted mourning remember wetness?

But we, we live so much in these

configurations of the past I choose

to separate her from my past we have not shared

I choose not to suffer uselessly

to detect primordial pain as it stalks toward me

flashing its bleak torch in my eyes blotting out

her particular being the details of her love

I will not be divided from her or from myself

by myths of separation

while her mind and body in Manhattan are more with me

that the smell of eucalyptus coolly burning on these hills



3

The world tells me I am its creature

I am raked by eyes brushed by hands

I want to crawl into her for refuge lay my head

in the space between her breast and shoulder

abnegating power for love

as women have done or hiding

from power in her love like a man

I refuse these givens the splitting

between love and action I am choosing

not to suffer uselessly and not to use her

I choose to love this time for once

with all my intelligence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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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Splittings / 에이드리언 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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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들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식물의 권리와 자율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간혹 식물이 똑바르게 서 있을 수 있도록 지지대를 꽂아주거나, 잔가지들을 자르며 보기 좋은 모양을 만든다. 그냥 두면 끝도 없이 자라나서 내 집 안에 둘 수 없을 만큼 거대해질 식물들의 생장점을 잘라 나무의 한계점을 정하기도 하고, 삐뚤게 자랄까 봐 분재 철사로 몸통을 꽁꽁 감기도 한다. 내가 식물에 가위를 대는 정도는 전체적인 크기와 틀을 정하는 선에 머무르지만, 세상에는 '분재'라는 방식으로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도 있다. 나무의 성장을 제한하여 크게 자라지 못하게 하면서 구미에 맞는 모양으로 기르는 것이다. 나무의 의지대로는 1밀리미터도 자라지 못하게 가지란 가지는 꽁꽁 싸매고 일부러 비틀고 꼬아 모양을 만들어내는 것이 너무 가학적으로 보인다. 전족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어서 분재 박물관에 갔다가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온 적이 있다.



 그렇게 과거의 나는 분명 분재가 식물 학대의 범주에 속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분재를 예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는 사람이 식물 생장에 관여하는 것이 어느 선까지 괜찮고 어느 선부터 괜찮지 않은지에 대해서 마음속에 회색 지대로 두고 있다.



 '혹시 사람 손에 들어와 작은 화분에 담긴 채로 사람이 원하는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것 자체가 학대는 아닐까?' 하는 복잡한 마음에 빠졌다. 마다가스카르가 고향인 바오밥 나무부터 태국이 고양인 고사리들까지 각각 자기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벗어나 내 손에서 자라나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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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식물 / 임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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