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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그대가 만약 그라면
나는 지구의 속도로 걸어가겠어
시속 1674km의 걸음걸이에 신발은 자주 낡겠지만
지구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건
사랑을 믿는
이 별의 아름다운 관습처럼 살고 싶어서였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높고 단단한 국경선인 마음을 넘어
천 년 넘은 기둥처럼
그의 곁에 조용히 뒤꿈치를 내려놓는 일이야

눈부신 밤하늘의 정거장들을 지나
지구라는 플랫폼으로 그가 오면
풀잎이 새에게
호수가 안개에게
바위가 바람에게 했던 긴 애무를
맨발로 해 주겠어
첫 꿈을 깬 그대에게 적막이 필요하다면
돌의 침묵을 녹여
꽃잎 위에 집 한 채를 지어주겠어

그것으로 나의 정처를 삼고
한 사람과 오래오래 살아본 뒤에도
이름을 훼손하지 않겠어
지구에서의 전생前生을 잊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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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진 / 우주적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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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식이었다. 챰과 바란은 학교 대신 하품의 언덕을 찾아갔다. 그들은 난생처음 여행을 떠났다. 말린 과일과 빵, 물통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남쪽으로 갔다. 가고 또 갔다. 끊임없이 걷고, 뛰고, 히치하이크를 하고, 길바닥에서 꼭 껴안고 잤다. 바란이 울면 챰은 그를 꼭 껴안았다. 온몸으로 누굴 안으면 자신의 몸 전체가 상처에 바르는 연고가 된 것 같았다. 그럴 때면 챰은 자신의 영혼이 바란의 피부 깊숙이 스며들어 그를 낫게 한다고 믿었다. 인간은 삶이라는 상처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보금자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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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하품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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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니까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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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맥락문화와 저맥락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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