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

08.19 | 18:50
 저번 주에 사진 관련 특강을 듣고 동기들과 내려오던 길이었다. 한 녀석은 숫기 없고 말쑥한 놈이었고 다른 녀석은 감자같이 생겨 관심 있는 것 외엔 열의가 없는 놈이었다. 길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우리는 월말에 제작기로 한 포트폴리오에 첨부될 사진을 찍었다. 날은 맑고 햇볕은 더웠으며 땀은 옷을 빠르게 적셨다. 덥다. 나는 덥다는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다른 둘 또한 그렇게 느낄 테니까. 말쑥한 놈은 사진을 찍느라 바빴고 감자 같은 놈은 우리 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다. 그는 평소에도 욕을 추임새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씨발이나 존나가 들어가지 않으면 문장이 시작하거나 끝나지 못했다. 씨발 덥다. 아 근데 존나 덥다. 진짜 존나게 덥다. 사진을 찍는 탓에 평소라면 10분 안으로 내려왔을 길을 25분이 걸려 내려오는 동안 나는 이미 느끼고 있는 바를 굳이 욕과 함께 들어야만 했다.

 셋이 모두 갈라지는 길이 나오기 좀 전이었나, 참다못해 그에게 더운 거 우리도 다 아니까 욕 좀 작작 하라 말했다. 반응은 이랬다. 너한테 욕하는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하는 게 아니어도 들으면 기분 나쁘잖아. 왜? 나는 그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너 그렇게 무턱대고 욕할 때마다 되게 싸 보이는 거 알아?'라고 묻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래, 그렇게 살라지. 순식간에 질려버린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서로의 집으로 갈라섰다.

 나도 욕을 해왔고, 아직도 하곤 한다. 그렇지만 여러 이유로 그것을 줄이고 있다. 욕은 기본적인 어휘력을 저하할뿐더러 말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괜한 싸움을 하기 싫어 대화를 그만둔 것도 있었지만, 사실 모든 문제는 본인이 깨닫기 전엔 고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필요치 않은 상대에게 괜한 설교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살라지…, 라는 말은 냉소적이지마는 내가 그에게 필요 이상으로 다정할 이유도 없었다. 밤낮으로 천박해져만 가는 사회에서 냉소적인 태도를 취할 수 없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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