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3

04.15 | 01:49
처음 느낌 그대로


 오래간만에 고등학교 친구들과 만나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정말 믿는 친구들인지라, 언제 보아도 항상 좋은 친구들이다. 식사를 마치고 처음 갔던 카페는 20시에 마감을 하여서 22시에 마감하는 다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몇 달 전엔 이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껄끄러울 때가 있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눠도 만족스러운 것이 없고 오히려 피곤함과 권태로움만 늘 뿐이었다. 친구 하나가 가고 다른 친구와 버스 정류장에 앉아서 대화를 하다 그때의 이야기가 나왔다. 앞으로의 우리가 잘 사는 법에 대한 얘기를 한 직후였다. 그때의 나는 너희 둘이 남자를 혐오할 적에 이미 혐오를 끝마친 단계─혐오를 마쳤다는 건 남자를 포용하는 게 아닌 이미 그들은 나와는 다른 그룹임을 인정하고, 그들 알 바 없이 나와 주변인들이나 잘 살자는 의미의 마침이었다─였고, 그렇기에 분노하는 너희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받아주지 못해 피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먼저 집에 간 친구와 몇 달 전에 매일 싸우곤 했는데 아마 너와 같은 이유였던 것 같다고. 그리고 지금은 우리 모두 비슷한 상황까지 왔기에 오늘의 만남은 아주 즐거웠다고…. 나도 친구의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친구에게도 얘기했지만, 그때의 너희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을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집단 내에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정작용을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친구들은 처음 만날 당시엔 얼마나 순진했던가, 그러나 그만큼 이기적이기도 했다. 최근의 나와 친구들은 항상 함께하진 않아도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지점은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이를 먹은 우리는 이타적이지만 여전히 순진하다. 나이가 더 들어도 이런 순진함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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